“언제부터 배달 음식이 우리 일상으로 들어왔을까요?”
전 세계적으로 음식 배달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의 기술 발전 덕분에 아주 빠르게 성장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식업소의 영업 제한으로 많은 사람들이 배달 서비스를 접하게 되었고, 그 결과 주문이 크게 늘었답니다. 배달의민족과 더불어 많은 플랫폼 기업들은 배달 서비스를 양적으로 확대하는데 힘썼어요.
이토록 음식 배달 시장이 많은 이들의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고민들도 나타났어요. “어떻게하면 라이더분들이 더 안전하게 배달하실 수 있을까?”, “어떻게하면 라이더분들의 배달 경험이 더 편리해질까?”, “어떻게하면 춥거나 더운 날에도 음식 맛을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 우아한청년들은 배달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이러한 물음들에 대해서 책임감을 갖고 라이더분들의 지속가능한 안전과 편의에 대해 고민해보기 시작했어요.
저희는 이 물음에 답하고자, 평소보다 배달하시는 라이더분들을 더 유심히 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문득 "배달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라이더분들의 배달 환경도 더 개선하고 싶다"는 바람이 모두의 마음 속에 생겼어요. 사륜차는 전기 에너지로의 대전환을 진행 중이고, 완전 자율주행마저 그리 머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크게 진보한 만큼, 우리의 음식을 문 앞까지 가져다 주시는 라이더 분들의 이륜차도 이에 발맞춰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답니다
대한민국 배달시장을 책임지는 라이더분들의 이륜차에 대한 고민을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할까?”라는 의문이 생겼고, 그때부터 보다 본격적으로 라이더분들이 사용하시는 제품들과 새로운 기술들을 융합시켜 현재보다 더 나은 배달 환경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스케치했어요.
오늘은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킨 과정과 작지만 뿌듯한 성과를 낸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본격 탑박스 탄생기
제품 디자인/개발 프레임워크에는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스테이지-게이트 프로세스(Stage-Gate Process)가 대표적이에요. 이러한 프레임워크를 기초삼아 아래와 같은 프로세스를 계획했어요.
1) 타깃 유저 파악
2) 마켓 리서치
3) 레퍼런스 수집
4) 제품 스케치
5) 모델링&렌더링 |
1) 타깃 유저 파악
가장 먼저, 라이더분들이 배달 환경에서 사용하는 물픔들을 조사했어요. 크게 3가지로 구분될 수 있어요.
- 운송: 오토바이, 탑박스(배달통)
- 안전: 헬멧, 보호대
- 편의: 휴대폰 거치대, 방한/방풍 용품
처음에는 안전과 편의라는 가치에 중점을 두고 고민을 했어요. 낙상으로부터 몸을 보호해줄수 있는 에어백 조끼, 서라운드뷰로 360도를 지켜주는 헬멧 부착형 카메라. 그리고 라이더의 컨디션을 항시 체크해주는 마스크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있었어요.
우리는 몇 가지의 아이디어 스케치들을 구성원들에게 보여주며, 어떤 제품이 라이더에게 가장 많은 가치를 가져다 줄 것인가에 대해 투표를 받았어요. 이 결과는 저희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어요. 라이더 분들이 추가적으로 장착함으로써 도움이 되는 물품에 가능성을 두었으나, 의외로 운송에 필수적인 물품으로 ‘안전과 편의'라는 가치를 함께 가져와야한다는 게 투표의 결과였어요.
이러한 값진 인사이트를 토대로 운송 필수품 중 하나인 ‘탑박스’를 후보 아이템으로 선정했고, 본격적인 기획 전 시장 조사를 시작했어요.
2) 마켓 리서치
라이더분들이 사용하는 탑박스는 예상 외로 매우 천차만별이었어요. 박스의 용량이 일부 다를 뿐 전체적인 생김새나 잠금장치 등이 매우 유사했어요.
우리는 탑박스를 사용하는 라이더분들의 사용자 행동 분석을 통해 개선 가능한 부분들을 여럿 찾아낼 수 있었어요. 운행 시간/물품/습관에 따라 탑박스에 대한 니즈는 다양했고, 라이더분들이 내부의 물건을 넣고 빼기 쉽게 인체공학적인 높이와 깊이를 계산하여 전체적인 외부와 내부의 형태와 크기를 기획하는 과정을 진행했어요.
3) 레퍼런스 수집
프로젝트를 본격 시작하기에 앞서 라이더분들을 위한 탑박스는 어떤 형상을 가져야하는가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각자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들을 꺼내놨어요.
왼쪽에는 각이 있는 하드한 이미지들, 오른쪽에는 소프트한 이미지를 나눠 배치하고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그 결과, 탑박스라는 제품이 가지는 긴 사용 주기와 충돌 시 안전에 사용 환경 등을 고려해 봤을 때, 트렌드를 타지 않는 디자인으로, 오랫동안 사용하실 수 있도록,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리고 배달 물품을 넣고 빼는 과정들도 투박한 구조의 느낌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접하고 사용하는 가구 또는 가전에서 경험한 익숙한 구조들을 가져와 접목했어요.
4) 제품 스케치
스케치를 진행하면서 우리의 아이디어를 보다 구체화하기 시작했어요. 배달 물품의 안정성을 위해 내부를 배달 습관에 맞게 DIY하실 수 있도록 트레이 형태로 구조화했고, 탑박스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오토바이뿐만 아니라 자전거와 자동차에도 장착할 수 있도록 플랫폼 형태를 염두했어요. 방대한 1차 스케치를 마친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 탑박스로 하여금 라이더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가치를 다시 한번 검토하였고, 마침내 확정된 방향성을 가지고 실물과 가장 가까운 모델링 작업에 들어갔어요.
5) 모델링&렌더링
Total Delivery Solution(TDS)
그럼 소개합니다! 이름하여 Total Delivery Solution(a.k.a TDS). 오토바이에 국한된 탑박스가 아닌 Last Mile Delivery를 책임지는 거의 모든 배달수단에 장착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고, 사용자의 니즈(Needs)에 따라서 내부를 변경할 수 있도록 자유도를 높인 프로덕트랍니다.
탑박스와 연결된 커넥터는 물체의 수평을 잡아줄 수 있는 자이로센서가 탑제되어있어 내부의 배달 물품들이 손상되지 않고 고객에게까지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어요. 커넥터 뒷면에는 턴 시그널 라이팅이 장착되어, 라이더가 주행 중 방향을 바꾸거나 정지할 시 자동으로 라이팅이 켜져 후방 운전자에게 진행 방향을 직관적으로 알려 더욱 안전한 주행에 도움을 줄 수 있어요.
기존의 탑박스들은 고정장치가 후면 또는 한쪽 측면에 치우쳐져 있어, 인도가 아닌 곳에서 물건을 꺼내야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었어요. 그래서 자동차 또는 가구에서 착안한 걸 윙 타입(Gull-wing Type) 오픈 방식을 양쪽에 적용하여 어디서나 안전하게 인도에서 물건을 꺼낼 수 있도록 디자인했어요. 또한, 도어 쪽에는 웰컴&살균 라이팅을 장착하여 어두운 실내 및 저녁에도 손쉽게 물건을 꺼낼 수 있고, 탑박스 내부와 배달물품의 위생까지 놓치지 않을 수 있었어요.
스케치 단에서 논의한 것과 같이 각 운송수단에 맞는 커넥터를 설치하면 자전거부터 소형 자동차까지 탑박스를 안정적으로 설치할 수 있어요. 그리고 라이더는 본인의 배달 습관에 맞춰 플랫폼 위에 얹는 탑박스의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인 배달을 할 수 있습니다. 이 플랫폼 디자인을 통해 각 수단에만 사용되고 버려지는 탑박스들의 수를 줄이고, 사용 주기를 연장시킴으로써 ESG 측면의 고민을 담은 제품이랍니다.
🏆iF디자인 어워드 수상
글의 첫 부분에 ‘작지만 뿌듯한 성과'를 냈다고 말씀드렸죠? 그게 뭘까요? 그것은 바로 바로, 무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이라는 성과를 냈답니다. 내부에서 기획하고 디자인 후 끝내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배달플랫폼은 이런 고민까지 하고있구나"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었어요.
수상 소식을 알리자, 탑박스 제품 출시에 대한 문의를 받기도 했는데요. 아직은 실물로 출시하기에 수정하고 검증할 것이 많이 남은 컨셉 디자인 단계라 상품화할 구체적인 계획은 잡히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세상 밖으로 나와 라이더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라이더 안전과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디자인한 이번 탑박스는 지속가능한 배달환경을 구현하는 작지만 큰 첫 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플랫폼 기반의 탑박스가 무분별한 사용과 폐기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배달환경을 조성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우아한청년들은 배달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산업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지속가능한 배달환경이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채로운 노력하겠습니다!(약속)